
우리가 흔히 조선시대 하면 떠올리는 모자는 단연 **'갓'**일 텐데요. 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신분, 상황, 날씨에 따라 상상 이상으로 다채로운 모자를 착용했습니다. 단순한 쓰개가 아니라, 예의(禮儀)이자 신분, 그리고 품격의 상징이었던 조선시대 모자의 흥미로운 세계로 함께 떠나보실까요?
👑 신분과 격식을 보여주는 '관(冠)'과 '립(笠)'
조선시대 남성들의 모자는 크게 '관(冠)'과 '립(笠)'으로 나뉩니다. '관'은 실내나 예복에 착용하는 격식 있는 쓰개이며, '립'은 주로 외출용으로 챙이 달린 모자를 뜻합니다.
1. 조선의 아이콘: 갓 (黑笠, 흑립)
- 특징: 조선시대 성인 양반 남성의 대표적인 외출용 관모입니다. 말총과 대나무를 실처럼 가늘게 엮어 만들고 옻칠을 해서 검은색을 냈습니다.
- 의미: 조선시대 사대부는 갓을 쓰는 것이 곧 예의를 갖추는 것이었으며, 미혼인 '도령'과 기혼인 '서방'을 구분하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했습니다.
- 변천: 시대에 따라 갓의 크기가 변화했습니다. 초기에는 챙이 넓고 모자 부분이 둥글었으나, 후기에는 대우(모자 부분)가 높아지고 양태(챙)가 넓어지는 유행을 거쳤다가, 고종 때 복식 간소화로 다시 작아지는 변화를 겪었습니다.
- 다양한 갓:
- 백립(白笠): 국상이 났을 때 상복에 착용하던 흰색 갓.
- 주립(朱笠): 문무 당상관이 군복(戎服)에 착용하던 붉은색 갓.
2. 실내의 품격: 탕건과 정자관
- 탕건(宕巾): 망건 위에 덧쓰거나, 갓이나 다른 관모를 쓰기 전 밑받침으로 사용했던 모자입니다. 주로 말총으로 만들었으며, 실내에서 평상복에 착용했습니다.
- 정자관(程子冠): 양반들이 집에서 평상복에 쓰던 모자입니다. 산봉우리가 솟아있는 듯한 독특한 모양이 특징이며, 흔히 사극에서 학자나 훈장님들이 쓰는 모습으로 익숙합니다.
3. 관리들의 상징: 사모와 익선관
- 사모(紗帽): 관리들이 단령(집무복)과 함께 쓰던 관모로, 혼례 때는 서민들도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. 뒤쪽에 두 개의 각(角)이 좌우로 뻗어 있는 형태가 특징입니다.
- 익선관(翼善冠): 왕이 곤룡포(평상 집무복)에 착용하던 관입니다. 뒤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.
🧑🌾 서민과 군인의 실용적인 모자
신분을 막론하고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던 모자들도 다양했습니다.
- 패랭이(平凉子):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자로, 주로 서민이나 하층민이 일상생활에서 착용했습니다.
- 전립(戰笠): 일명 벙거지라고도 불리며, 군인들이 구군복(군복)에 착용하던 모자입니다. 털이나 말총 등으로 만들었으며, 호랑이 수염 같은 장식(호수)을 꽂아 위엄을 더하기도 했습니다.
- 삿갓(笠): 대나무나 풀 등으로 엮어 만들었으며, 햇빛과 비를 피하는 데 사용했던 모자입니다. 방갓, 지삿갓 등 형태가 다양합니다.
- 갈모: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쓰던, 기름 먹인 종이나 천으로 만든 방수 모자입니다
👩🦰 추위를 피한 여성들의 쓰개
남성에 비해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던 조선시대 여성들은 방한(防寒) 목적의 쓰개가 발달했습니다.
- 남바위: 조선시대 부녀자들이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해 머리에 쓰던 방한모입니다. 정수리를 덮고 귀와 목을 넉넉하게 덮는 형태입니다.
- 굴레: 주로 어린아이들이 돌이나 명절 등 예복에 쓰던 모자였으나, 성인 여성들도 방한용으로 착용했습니다. 화려한 자수와 장식이 특징입니다.
- 조바위: 남바위와 비슷하게 방한용으로 쓰던 모자로, 정수리 부분이 뚫려 있어 댕기나 머리 장식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.
조선시대의 모자는 단순히 머리를 덮는 기능을 넘어, 사회적 규율과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교한 예술품이었습니다. 말총 한 올 한 올에 선비의 기품을 담고, 다양한 재료와 섬세한 공정으로 완성된 조선의 모자 문화는 오늘날에도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.